로스팅이 하는 일

생두는 그 자체로는 아무 향이 없는 녹색 콩입니다. 200℃ 안팎의 열을 가하면 내부에서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가 일어나며 800가지가 넘는 향 성분이 만들어집니다. 로스팅은 이 반응을 어디서 멈출지 결정하는 일입니다.

볶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산은 분해되고 당은 캐러멜로, 다시 탄 맛으로 변합니다. 즉 산미는 줄고 쓴맛과 바디는 늘어납니다.

라이트 로스트 — 산지의 개성이 가장 진하게

1차 크랙 직후에 배출하는 단계입니다. 원두 색은 밝은 갈색이고 표면에 기름기가 없습니다. 산지 고유의 꽃향, 과일향이 가장 뚜렷하게 남기 때문에 게이샤나 에티오피아 워시드처럼 향이 특별한 원두에 주로 씁니다.

밀도가 높아 물이 잘 스며들지 않으므로, 물 온도를 조금 높이고(93℃ 안팎) 분쇄도를 곱게 하는 편이 좋습니다. 우유와는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미디엄 로스트 — 균형이 가장 좋은 구간

1차 크랙과 2차 크랙 사이에서 배출합니다. 산미와 단맛, 바디가 균형을 이루는 구간이라 스페셜티 로스터리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계입니다. 초콜릿, 견과류, 캐러멜 같은 표현이 여기서 나옵니다.

핸드드립·프렌치프레스·모카포트 어디에나 무난하게 어울립니다. 하루커피의 모닝 블렌드와 하우스 블렌드가 이 구간입니다.

다크 로스트 — 진하고 묵직하게

2차 크랙 이후에 배출합니다. 원두 표면에 기름이 배어 나오고 색은 짙은 갈색에서 검은색에 가까워집니다. 산지의 개성은 대부분 사라지고 로스팅에서 온 쌉쌀함과 탄맛이 중심이 됩니다.

에스프레소나 우유를 섞는 음료에 적합합니다. 우유의 단맛이 쓴맛을 눌러 주기 때문에, 라떼에서는 오히려 다크 로스트가 커피 맛을 분명하게 냅니다.

'강배전 = 카페인이 많다'는 오해

카페인은 열에 상당히 안정적인 물질이라 로스팅 정도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게로 재면 다크 로스트가 수분을 더 잃어 가벼워지므로, 같은 무게를 쓸 때 카페인이 약간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맛이 강하다는 인상과 카페인 함량은 별개의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