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분쇄도가 가장 중요한가

커피 추출은 물이 원두 표면에서 성분을 녹여내는 과정입니다. 같은 20g이라도 곱게 갈면 표면적이 수십 배로 늘어나고, 그만큼 성분이 빨리 빠져나옵니다. 물 온도를 2℃ 바꾸는 것보다 분쇄도를 한 단계 바꾸는 편이 맛에 훨씬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새로운 원두를 받으면 다른 변수는 고정해 두고 분쇄도부터 맞추는 것이 순서입니다.

도구별 기준 굵기

에스프레소는 밀가루와 설탕 사이 정도로 아주 곱게, 모카포트는 그보다 약간 굵게 갑니다. 핸드드립은 굵은 소금 정도가 기준이고, 프렌치프레스는 굵은 설탕에서 거친 모래 사이, 콜드브루는 그보다 더 굵게 갑니다.

추출 시간이 짧을수록 곱게, 길수록 굵게 간다고 기억하면 됩니다. 에스프레소는 30초, 콜드브루는 12시간이니 그만큼 차이가 납니다.

숫자가 아니라 맛으로 조정합니다

그라인더마다 클릭 수의 의미가 달라서 '18클릭'이라는 숫자를 그대로 옮겨 쓸 수 없습니다. 기준은 결과입니다. 신맛이 도드라지고 물 같은 느낌이면 과소 추출이므로 곱게, 쓰고 텁텁하면 과다 추출이므로 굵게 조정합니다.

핸드드립이라면 목표 시간(2분 30초)에서 20초 이상 벗어날 때 분쇄도를 손대는 것이 좋습니다.

미분과 균일도

저렴한 칼날식 그라인더는 원두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부수기 때문에 굵은 입자와 아주 미세한 가루(미분)가 섞입니다. 미분은 과다 추출되고 굵은 입자는 과소 추출되므로, 한 잔 안에 신맛과 쓴맛이 동시에 납니다.

버(burr)식 그라인더는 두 개의 날 사이 간격으로 입자 크기를 결정하기 때문에 훨씬 균일합니다. 장비를 하나만 업그레이드한다면 그라인더를 권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