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는 언제부터 맛이 떨어지나
로스팅 직후의 원두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머금고 있어 오히려 추출이 고르지 않습니다. 보통 로스팅 후 3일에서 14일 사이가 가장 좋은 구간이고, 3주가 지나면 향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분쇄한 원두는 표면적이 수십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30분만 지나도 향의 상당 부분이 날아갑니다.
즉 가장 효과적인 보관법은 '마시기 직전에 갈기'입니다. 다른 어떤 방법보다 효과가 큽니다.
원칙 1 — 산소를 차단합니다
산패의 주범은 산소입니다. 원두 봉투의 공기를 최대한 빼고 밀봉하거나, 밸브가 달린 밀폐 용기를 사용하세요. 지퍼백에 담을 때는 봉투를 눌러 공기를 뺀 뒤 잠급니다.
원칙 2 — 빛을 피합니다
직사광선은 지방 성분의 산화를 가속합니다.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주방 선반에 올려두는 것은 보기에는 좋지만 보관에는 최악입니다. 불투명한 용기를 쓰거나, 서랍 안처럼 어두운 곳에 두세요.
원칙 3 — 상온의 서늘한 곳에 둡니다
이상적인 온도는 15~20℃입니다. 가스레인지 옆이나 전자레인지 위처럼 열이 오르내리는 자리는 피하세요. 온도가 오르면 향 성분이 휘발하고, 온도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봉투 안에 결로가 생깁니다.
원칙 4 — 냉장 보관은 권하지 않습니다
냉장고는 습기와 냄새가 많은 공간입니다. 원두는 다공성 물질이라 주변 냄새를 잘 흡수하고, 꺼낼 때마다 표면에 물방울이 맺힙니다. 그 수분이 향 성분을 씻어 내립니다.
다만 한 달 이상 보관해야 한다면 냉동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1회분씩 소분해 완전히 밀봉하고, 꺼낸 뒤에는 다시 넣지 않는다는 조건에서입니다. 상온으로 돌아올 때까지 봉투를 열지 마세요.
원칙 5 — 적게, 자주 사세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하루 두 잔을 마신다면 2주에 200g 정도가 적당합니다. 1kg 대용량이 저렴해 보여도, 마지막 300g의 맛을 생각하면 손해인 경우가 많습니다.